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의 전율, 대전시립무용단 제79회 정기공연 ‘DTX 042’ 생생한 관람 후기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대전시립무용단의 제79회 정기공연, 'DTX 042 (Dynamic Train eXpress)'를 드디어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직관하고 왔습니다. 이번 공연은 대전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작으로, 대전의 지역번호인 '042'를 모티브 삼아 상상의 초고속 열차를 타고 대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주까지 달린다는 독창적이고 판타지적인 콘셉트 덕분에 공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습니다.
. 대전의 정체성과 미래 가치를 발견한 신선한 기획의도
많은 사람들이 대전을 '태풍의 눈처럼 고요해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의 'DTX 042'는 그러한 오명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대전의 매력을 과시했습니다. 사통팔달의 요충지이자 영남과 호남, 서울과 영동을 잇는 교통도시,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과학도시, 그리고 성심당의 도시로 잘 알려진 대전의 문화적 역량을 '풍경심상무'로 한껏 과시한 무대였습니다.
이번 작품을 이끈 김수현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2025년 제9대 예술감독 취임)는 전통춤의 깊은 빛깔과 호흡 위에 위트와 해학, 그리고 파격적인 현대적 안무 감각을 얹어 관객과의 완벽한 소통을 이끌어냈습니다. 대전역을 출발지로 삼아 구봉산, 계족산성, 장태산, 대청호, 한밭수목원, 그리고 과학단지를 지나 우주로 향하는 여정은 대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는 거대한 서사시와 같았습니다. 흥미로운 캐릭터 구성 역시 빛을 발했습니다.
. 무대 장치의 혁신: 회전무대와 수직 상하무대의 입체적 융합
이번 공연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압도되었고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부분은 바로 무대 메커니즘의 대전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무대와 달리, 수평으로 회전하는 회전무대에 더해 위아래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수직 상하무대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입체적인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 시공간 이동의 완벽한 몰입감: 무대 장치가 상하좌우로 쉴 새 없이 결합하고 분리될 때마다, 관객들은 정말로 시공간을 관통하는 초고속 열차 'DTX'에 탑승한 듯한 강력한 착각에 빠져들었습니다.
- 역동성을 극대화한 안무 동선: 평면적인 무대 공간을 입체적인 높낮이로 확장함으로써 무용수들이 위아래 무대를 오가며 보여주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정교한 연출 속에서, 치열하고 섬세한 몸짓을 유지하는 무용수들의 기량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무게감부터 미래 우주의 신비로움까지, 무대 장치 자체가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시간 여행 머신처럼 느껴지는 명연출이었습니다.
. 1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촘촘하게 짜인 시공간 서사 구조
공연은 대전역에서 출발해 각 장마다 대전의 명소들을 예술적인 판타지로 재해석하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갔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숨결이 느껴지는 계족산성과 구봉산을 다룰 때는 전통무용 특유의 깊고 묵직한 호흡이 무대를 채웠고, 대청호의 낚시!! 강태공 연출과 장태산의 가을에 비유 시각적으로 아름답운 가을낙엽을 표현되었습니다. 3인3무의 호흡이 가을의 쓸쓸함과 만났을 때 그 깊이는 배가 되었습니다. 가볍고 화려한 기교 대신, 오랜 세월을 견뎌낸 대지의 무게감을 담아낸 중후한 춤선은 쓸쓸함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인생과 세월을 관조하는 숭고한 예술적 깊이로 승화시켰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서사적 완결성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5장 '한밭에 어우러지다': 한밭수목원 피크닉을 배경으로 다양한 가족들이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평온하고 즐겁게 소통하는 대전의 현재 모습을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냈습니다.
- 6장 '우주여행': "유레카!"를 외치는 과학박사의 환호와 함께 온 시민들이 함께 미래의 우주 공간으로 뛰어드는 판타지적 연출이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이때 무대를 채운 신비로운 조명과 아련히 반짝이는 우주의 빛섬들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대전 도시의 아름다운 불빛'으로 연결되는 연출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 에필로그 '별로 수놓은 대전, 그리고 축제': 흥겨운 음악과 함께 대전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이 사진으로 펼쳐지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열정적인 난장 축제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컬러풀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환한 미소로 춤추는 피날레는 깊은 생동감을 안겨주었습니다.
. 작품을 완성시킨 '우주급 관객 매너'와 기립 박수의 전율
아무리 위대한 공연이라도 관객의 호흡이 받쳐주지 않으면 미완성으로 남기 마련인데, 이번 대전시립무용단 정기공연은 관객 매너마저도 그야말로 우주급으로 완벽했습니다.
1장과 2장, 그리고 마지막 장과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고 무대 위 무용수들의 섬세한 호흡과 발소리 하나하나에 완벽하게 몰입했습니다. 무용수들의 감정선에 함께 동화되어 흐르던 극장 내부의 기분 좋은 긴장감은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한 씬(Scene)이나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터져 나온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숨죽이던 객석이 막이 바뀔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극장이 떠나갈 듯한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를 아낌없이 보냈습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던 폭발적인 박수 소리는 무대 위에서 온 에너지를 쏟아부은 무용수들에게 최고의 찬사이자 보상이었을 것입니다. 관객들의 높은 문화 수준과 아티스트의 치열한 열정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완벽한 상호작용을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 총평: 대전의 예술적 저력을 전율로 증명한 명작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의 제79회 정기공연 'DTX 042'는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보람을 몇 배로 되돌려준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김수현 예술감독의 탁월한 안무 능력과 위트,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의 경이로운 춤사위, 그리고 회전 및 수직 상하무대를 결합한 역대급 스케일의 입체 연출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대전을 상징하는 지역적 소재들을 아바타와 캐릭터, 현대적인 서사 무용극으로 엮어내어 순수 예술의 대중적 지평을 한 단계 넓혔다는 점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미래 우주까지 날아올랐던 그 압도적인 무대의 여운과, 가슴속을 울리던 극장의 박수 소리는 한동안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역 문화 예술의 깊은 저력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경험하게 해 준 대전시립무용단에게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