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과 인간을 잇는 춤, 우봉 이매방의 '대감놀이(무당춤)'
한국 전통춤의 거장 우봉(宇峰) 이매방(1926~2015) 선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국가무형문화재인 '승무'와 '살풀이춤'이 연상됩니다. 이 두 작품이 그의 춤 세계를 지탱하는 정갈하고 깊은 내면의 세계라면, 또 다른 한편에는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신명을 분출하는 매혹적인 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감놀이', 흔히 '무당춤'으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매방류 대감놀이를 단순한 민속놀이나 흥겨운 춤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작품은 한국 무속 신앙의 제의적 에너지와 전문 예인의 고도의 예술혼이 결합한 '신명의 극치'입니다. 2018년 공식적으로 무용저작권(제C2018-001333-2호)이 등록되며 그 예술적 가치와 독창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매방 춤 세계의 숨겨진 보석 같은 대감놀이의 심층적인 세계로 안내합니다.
1. '대감놀이'의 뿌리: 무속 제의에서 무대 예술로
대감놀이는 본래 황해도, 서울·경기 지역의 큰굿에서 재물과 복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인 '대감신'을 모시고 놀이를 벌이는 무속 의례의 한 절차였습니다. 굿판에서 무당이 신이 들려 대감신의 공수(신탁)를 내리며 춤추던 이 원초적인 행위는, 이매방 선생의 손을 거쳐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었을까요?
혹독한 수련과 예술적 재해석
이매방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목포권번 등에서 당대 최고의 명인들에게 춤과 소리, 악기를 두루 사사했습니다. 특히 그의 춤 스승 중 한 명인 이대조 선생은 호남 지역의 춤뿐만 아니라 무속적인 춤가락에도 매우 능통했습니다. 이매방 선생은 이러한 전통적 토양 위에 자신의 타고난 천재성과 피나는 수련을 더해, 무속의 투박하고 즉흥적인 몸짓을 세련되고 정제된 무대 언어로 재창조했습니다.
역사적 초연과 발전
- 1948년 창작 초연: 이매방 선생은 1948년 목포가설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안무하고 구성한 '대감놀이'를 처음 무대에 올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굿판의 춤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전문 무용수의 기교와 극적인 구성이 가미된 본격적인 창작 초연이었습니다.
- 전승과 완성: 이후 1954년 서울 을지로 계림극장에서 여성창극단 '삼성국악단' 공연을 통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수십 년간 다듬고 보완하여 오늘날 우리가 보는 완벽한 형태의 '이매방류 대감놀이'로 완성되었습니다. 2018년 저작권 등록은 이 과정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지를 방증하는 사건이었습니다.
2.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영적 교감: 대감놀이의 미학적 특징
이매방류 대감놀이(무당춤)는 약 1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그 예술적 특징을 세 가지 핵심 요소로 분석해 봅니다.
첫째, 오색찬란한 무구(巫具)와 시각적 황홀경
무대에 등장하는 무용수는 일반적인 전통춤 복식과는 차원이 다른 화려함을 선보입니다.
- 신비로운 무복(巫服):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등 오방색을 기본으로 화려한 금박과 자수가 수놓아진 무복을 입습니다. 이는 신성함과 위엄, 그리고 신명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 생명력을 상징하는 무구: 무용수는 오른손에는 화려한 색동의 무당부채를, 왼손에는 방울(또는 지전)을 듭니다. 부채를 펼치고 접는 동작은 바람을 일으켜 부정을 씻어내고 복을 불러오는 주술적 행위를 상징하며, 방울 소리는 신을 부르고 잡귀를 물리치는 청각적 장치입니다.
둘째, 변화무쌍한 장단의 묘미와 호흡의 조화
이매방류 춤의 정수는 '호흡'에 있습니다. 대감놀이는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며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 엇모리와 자진모리: 춤은 비교적 차분하고 엄숙한 '엇모리' 장단으로 시작하여, 점차 흥겨운 '자진모리'와 '동살풀이' 장단으로 고조됩니다. 무용수는 장단의 변화에 맞춰 때로는 묵직하게 가라앉고, 때로는 가볍게 솟구치는 역동적인 춤사위를 펼칩니다.
- 신명과 절제의 미학: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순간에도 내면의 깊은 호흡을 놓치지 않아 춤이 흐트러지지 않고 고도의 예술성을 유지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매방 춤이 가진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입니다.
셋째, 곡선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의 몸짓
이매방류 대감놀이는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남성적인 힘이 공존하는 독특한 춤사위를 보여줍니다.
- 어깨춤과 발디딤: 어깨를 들썩이는 우아한 어깨춤과 땅을 힘차게 박차는 발디딤이 어우러져 폭발적인 신명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신들린 듯 껑충껑충 뛰거나 도약하는 동작은 대감놀이의 하이라이트입니다.
- 교태미와 위엄: 무당이 신들린 듯 교태를 부리는 듯하다가도, 대감신의 위엄을 드러내며 근엄한 표정을 짓는 등 다채로운 연기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춤입니다.
3. 마무리하며: 잠든 영혼을 깨우는 우리 춤의 진정성
모든 이들이 화려한 신무용이나 서구적인 스타일을 좇을 때에도, 우봉 이매방 선생은 "나는 흙 묻은 춤을 춘다"라며 우리 전통의 원형과 굿판의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지켜내고자 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예술로 승화된 '대감놀이(무당춤)'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정서, 즉 맺힌 한을 풀어내고 새로운 희망과 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거장의 손길이 깃든 이매방류 대감놀이 무대를 통해, 우리 가락이 주는 짜릿한 신명과 영적인 감동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흥과 에너지가 깨어날 것입니다.